"조롱 막겠다더니 표현의 자유까지 막나"…'일베금지법' 논란 확산

- 모욕·희화화 기준 모호... 정치풍자·패러디까지 위축 우려
- 게시물 규제 넘어 사이트 폐쇄까지... 과잉규제·위헌 논란 확산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일베금지법'이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안 발의 취지는 온라인 공간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조롱과 혐오를 막겠다는 것이지만, 정작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 국가적·사회적 사건의 희생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모욕·조롱·비하·멸시·희화화 표현을 '조롱·혐오정보'로 규정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유통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법안이 규정한 '조롱', '비하', '희화화' 등의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법률은 국민이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명확히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풍자나 비판으로 보이는 표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롱이나 희화화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정부나 규제기관의 판단에 따라 표현의 허용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치 풍자와 패러디 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풍자와 비판은 권력 감시의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정치인, 사회단체, 역사적 사건 등을 둘러싼 다양한 표현들이 위축되는 '자기검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논란은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제재 조항이다. 개정안은 조롱·혐오정보가 반복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사이트에 대해 삭제명령, 접속차단, 수익화 제한, 운영정지, 심지어 폐쇄명령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특정 게시물의 문제가 아니라 커뮤니티 전체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물 때문에 플랫폼 자체를 폐쇄하는 사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를 겨냥한 '표적 입법'이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법안의 공식 명칭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지만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미 '일베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법률은 일반성과 중립성을 갖춰야 함에도 특정 사이트를 사실상 겨냥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한 현행법상 모욕죄,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규정 등을 통해서도 불법적인 게시물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처벌 규정을 추가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물론 세월호 참사나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악의적인 조롱과 혐오 표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존재한다. 그러나 혐오 표현을 막기 위한 입법이 또 다른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경우 그 부작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다. 불쾌한 표현을 규제하는 것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허용 가능한 국가 권력의 개입인지에 대한 보다 신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