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서구가 방위 개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구명칭을 정하겠다며 추진한 구명칭이 결국 또다시 방위개념인 ‘서해구’로 결정되면서 정치권과 구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구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와 주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서해구’라는 명칭을 도출하는데만 1억여원 이상을 사용했고, 최근에는 입법을 위한 법률제정 공청회를 개최했으나 정치권과 구민들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검단구 분구 출범을 앞두고 촉박하게 추진되어야 할 구명칭이 “또 다른 방위 개념의 명칭을 선정하고,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도 없으며, 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이름으로 또다시 바꾸려하는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최근 강범석 구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2025년 7월21일부터 8월6일까지 진행된 구 명칭 여론조사에서 ‘서해구’가 58.45%로 청라구(41.55%)를 앞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구’라는 명칭은 인천의 정체성과 연결되기보다는 충청남도 일대 바다지역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천만의 역사성과 고유성을 담기에는 다소 추상적이고 행정구 명칭으로서의 상징성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라국제도시 일부 카페에는 이같은 ‘서해구’ 결정에 대해 “강범석 구청장은 독단적으로 밀어부쳐서는 안 된다” “변경이 늦어지더라도 어촌 느낌의 서해구는 안 된다” “(상징성, 역사성 없이) 혼선만 일으키고 지역 이미지만 크게 훼손될 것”이란 의견이 제기돼 ‘서해구’ 명칭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고 있다.
서구의 A구의원도 “서해구 명칭이 인천 서구를 조금이라도 연상을 시킨다거나 서구의 특성이나 역사성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구 명칭 선정을 함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명칭 선정 과정에 대한 의문은 단순한 선호도 조사만으로 과연 지역의 미래를 대표할 이름을 정할 수 있느냐는데서 출발한다. 구명칭은 단기간의 인기투표가 아닌 역사와 문화, 지역 정체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할 공공자산이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의 다른 기초자치단체 명칭을 살펴보면 검단구, 강화군, 연수구, 계양구, 부평구, 영종구 등 방위 개념과 무관하면서도 각 지역의 역사성과 특성을 담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서구 역시 방위 개념을 배제한 상태에서 출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서구는 과거 ‘부천군 서곶면’ ‘부천군 이가정’ 등으로 불리며 고유한 지명 역사를 지닌 지역이다. 이러한 역사성을 고려할 때 청라구를 제외하더라도 가정구, 경명구, 경서구, 정서진구, 공촌구, 서곶구, 시천구 등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가정구는 서구의 중심 생활권인 가정동을 기반으로 친밀감과 실제로 사용되던 지명으로 조선시대 개국공신이자 유학자인 조반선생이 낙향하여 살았다는 역사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정지(佳亭地)가 그 근거가 된다.
또 경명구는 ‘아름다운 명당과 밝은 서구의 미래를 바라본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으며, 서곶지역을 관통하고 있는 경명대로와의 연관성으로 두곽을 나타내고 있다. 경서구는 경서동 고려시대 녹청자 생산을 위한 가마터인 도요지가 위치한 곳으로 도자생산지로 인천의 위상을 떠올리게 하며, 경서(景西) “서해를 바라보고 바다로 진출한다”는 미래지향적 의미도 부여할 수 있는 명칭이다. 정서진구도 나름대로 서울의 정서방향을 의미하지만 역사성이나 지역 특성, 지역 연관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구명칭은 사용하기 쉽고 거부감도 없어야 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성과 대표성, 미래 비전을 함께 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기준 없이 단순 선호도 조사에만 의존한 이번 절차는 "지역에 대한 이해도, 정체성, 애정 부족과 지역정서 무시"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관련, 서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교흥·이용우 두 국회의원들도 ‘서해구’ 명칭에 대하여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도 ‘서해구’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기 보다는 생뚱 맞으면서 오히려 충청도를 상징하는 듯한 명칭이며, 인천 서구의 지역특성이나 역사성, 대표성, 미래발전성 등 측면에서 어떠한 관계성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라도 향토사학자와 지명 전문가, 학계, 지역 여론지도자, 여야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통해 서구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명칭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고 서구의 역사와 미래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구명칭이 다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